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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국산차가 아닌 테슬라 모델Y였습니다. 수입 전기차가 단일 모델로 국산 완성차 전체를 넘어선 것은 2021년 아이오닉5 출시 이후 처음입니다. 테슬라와 BYD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브랜드의 약진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Y 주행 모습/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주행 모습/사진=테슬라

모델Y, 현대차 전체 전기차 판매 돌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현대자동차·기아 판매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4만6천927대를 판매했습니다. 이는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 전체 전기차 판매량 2만8천40대를 단일 모델로 넘어선 수치입니다. 테슬라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5만5천594대에 달하며, 현재 대기 수요만 3~4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아는 같은 기간 EV3·4·5·6·9를 포함한 EV 시리즈로 3만9천741대를 판매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인 6만8천787대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개별 브랜드 단위로는 테슬라에 밀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EV 시리즈 중심 시장의 균열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아이오닉5와 EV6 출시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 왔습니다. 아이오닉5는 2021년 2만6천668대, EV6는 1만8천459대를 판매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2년 아이오닉6 추가와 함께 현대차 전기차 판매는 3만대를 넘어섰고, 기아 역시 2년 연속 2만대 이상을 유지하며 아이오닉·EV 시리즈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들어 현대차는 아이오닉5 상품성 개선 효과로, 기아는 EV4·EV5 신모델 출시로 각각 2022년, 브랜드 출범 이후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1~11월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21만6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5% 증가했습니다. 전기차 시장 자체는 크게 성장했지만, 그 성장의 주된 수혜자는 테슬라와 BYD였습니다.

기아 EV6/사진=기아
기아 EV6/사진=기아

보조금 격차에도 불구한 수입차 약진

테슬라와 BYD의 판매 성과는 보조금 혜택 면에서 불리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현대차와 기아에 국비 580만원이 책정된 반면, 테슬라 모델Y는 169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하면 아이오닉5·EV6는 최대 1천만원 가까운 혜택을 받지만, 모델Y는 500만원대 수준에 머뭅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BYD 역시 보조금 지원이 제한적이었지만, 국내 출시 9개월 만에 4천955대를 판매했습니다. 이는 BYD 내부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 폭스바겐, 지프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보다 BYD가 더 많이 팔린 것은 중국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BYD 아토3/사진=BYD코리아
BYD 아토3/사진=BYD코리아

가격 경쟁력이 만든 시장 변화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장벽을 낮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스탠다드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2021년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4천908만원에서 올해 5천218만원으로 약 300만원 인상됐습니다. 기아 EV6는 에어 롱레인지 기준 2021년 5천120만원에서 2025년 5천530만원으로 410만원 상승했습니다.

이는 테슬라 모델Y 최저 트림 가격 5천299만원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BYD 씨라이언7은 이보다 저렴한 4천49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보태면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 구조가 형성되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치와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갖춘 수입 전기차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산·수입 경계 허무는 전기차 시대

내연기관 시대에 명확했던 국산차와 수입차 간 가격 격차는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BYD가 정부 보조금 제한을 받으면서도 이런 판매 성과를 거둔 것은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라며 "현대차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 속에서 국산 브랜드는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판매량 증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 브랜드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테슬라와 BYD가 바꾼 국내 전기차 지형은 향후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략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